티스토리 뷰

때가 왔다.

내가 회사를 나가야 할 때 말이다.

 

엊그제 언니랑 톡을 하면서 내 결정을 이야기 했었다.

나 계속 몸 안 좋잖아. 이번 여름휴가만 얼른 쓰고 회사 그만 두려고.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그래 그렇게 해

언니는 그렇게 더 묻지도 않고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또 몸이 안 좋아 힘들어 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전부터 언니가 먼저 그 정도로 몸이 힘들면 그만 둬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었다. 그래도 나는 조금 더 해보겠다고 했다. 매번 그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했었기 때문에 염치가 조금 없기도 했고, 이번에는 나도 해볼 때까지는 해볼 생각이었다. 회사가 나를 자를 때까지 기다려 보고 싶었다. 그래야 미련이 조금도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토록 기다리던 때 인 것 같은데 만약에 정말 잘린다면 어떨까 생각을 하니 뭔가 속이 아팠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한심하게 바라볼것만 같았다. 안그래도 그러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정말 그런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가 스스로 그만둔다고 했을 때는 어떨까?

아마도 책임감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보다 부모님이 또 걱정하실 생각을 하니 어느 편이 나한테 더 좋을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만두면 볼일 없는 회사 사람들보다는 부모님을 생각하기로 했다. 안그래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여러번 얘기해 두었기 때문에 차라리 잘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불행히도 아직 회사에서는 나가라는 소식은 없는데 더 이상은 내가 버티지를 못하겠다.

아무래도 당장 그만 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 뿐이다.

 

마침 회사에서 여름휴가 날짜를 정해 알려달라고 했다. 7월이나 8월 중에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최대한 빠른 날짜를 정해 쉬고 얼른 그만두겠다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 그만 두고 싶지만 그래도 어지간하면 이번 달 월급까지는 받고 싶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언니한테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또 회사를 그만두면 가족들은 걱정할 테니 말이다.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여름휴가까지만 버티고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2020.07.09.Y

'Y 다이어리 > 다시 직장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2  (0) 2020.12.20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0) 2020.12.20
환상이 깨지고 남은 트라우마  (0) 2020.12.20
회사 워크숍  (0) 2020.11.28
3개월이 지났다.  (0) 2020.11.28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