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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약한 탓인지

초저녁부터 몰려오는 졸음에 버티기를 하다가

재밌는 드라마를 보다가도 결국 티비를 끄고 금세 잠들던 요즘이었다.

2년만에 백수 탈출하고 엉겹결에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느라,

적지 않은 이 나이에 신입처럼 일을 배우느라,

이쪽 저쪽 눈치를 보느라 하루가 고단했던 매일밤이었다.

 

체질에 안맞는 회사생활을 얼마나 견딜수 있을까 했는데 3개월이 되어간다.

고작 3개월.

체감상으론 적어도 1년은 된 듯 싶은데

 

일이 익숙해졌다는게 아니라

그만큼 하루가 길단 말이다.

여하튼 그랬는데

오늘은 낮에 오랜만에 마신 바닐라라떼 때문인지

퇴근후 조금전까지 읽던 책때문인지

한참 졸릴 시간이 지났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럴땐 생각이란걸 한다.

 

요즘 난 잘살고 있는건가?

 

잘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잘 버티고 있다.

여전히 내가 할 일은 없고 자리만 지키고 있다.

내가 할 일은 없고 아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들 정신없이 바빠 보이는데 난 하루종일 멍을 때리고 있다.

사실 멍을 때리는게 아니라 눈치를 보며 일하는 척 하느라 힘들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퇴근까지 말을 한마디도 안하는 날이 더 많다.

근무지가 내 회사가 아니다보니 아무도 간섭을 하지는 않지만 관심 또한 없다.

일을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지만 매일 일 하는 척을 하며 보내는 시간들은 지옥의 시간이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도 될까?

오늘도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다가 퇴근했다.

더디가는 시계만 보다가...

 

조금씩 몸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배가 계속 아프고 하루종일 졸립다. 머리도 아프다. 속이 미식거리고 오른쪽 옆구리와 등 쪽이 뭔가 불편하다.

눈은 피곤하면서 머리도 어지러운 느낌이다.

 

나는 회사 체질이 역시 아닌것 같다.

예전에 회사 관두기 전 그 상태인 것 같다.

충분히 느끼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 자꾸만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언니도 그런 말을 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걸 보면서 '이쪽 일이 너한테 안 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언니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내 생각이 틀리진 않는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쓸모있는 사람이란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디에서도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현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사실이 그러니 이건 내가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인생의 멘토가 없다며

주위에 내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없다며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없는 것 같다.

누구든 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겠다며 꽤 열린 사람인 척 했는데 사실 그러질 못했다.

주변사람을 소중히 생각한다면서 내 진짜 마음은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2020.0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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