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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 일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화면가득 영문으로 된 문자들을 투닥투닥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써내려 가면

내가 생각하는 기능이 구현되고 

나의 창의력을 발휘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온 종일 컴퓨터 책상에 앉아블랙커피를 마시면서 집중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매우 근사할것 같았다.

 

가장 큰 매력은 어딘가의 점 하나만으로도 작동이되지 않던 오류를 찾아내었을때의 희열감.

베스트는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했을때 완벽하게 작동되어 한번에 해결이 되었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일을 전문가처럼 해낼 때의 뿌듯함.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러게 되기 위한 과정이 남아있었다.

경험이 필요했고 연습이 필요했고 시간이 필요했지만 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내 마음이 이미 너무 멀리 갔고 기준치만 높았던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몇 번 해보면 내가 상상하던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모니터 앞에 앉아있어도 키보드를 두드리지 못하고 있었다.

기준치만 높았던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가야한다기 보다는 당장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자꾸만 작아졌다.

하면 할 수록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만 줄어들을 뿐이었다.

 

내게는 이 고비를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도무지 넘어지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의욕만 더 떨어지고 급기야 이 일이 두려워지게 되었다.

 

두통이 생기고 소화가 되지 않으면서 메스껍기까지 했다.

심할 때는 며칠씩 밥을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그러면 기운이 없어서 더 의욕이 사라진다.

 

이런 증세가 반복되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고민하게 된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하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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