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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것이 싫은 이유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워크숍을 정말 너무 너무 싫어한다.

안그래도 힘들게 버티고 있는 회사생활에 이런 이벤트는 쥐약이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조심해야 하는 이런 시기에 워크숍이라니!

'회사가 미친거 아냐?'

욕을 욕을 하다가 역시 혼잣말임을 깨닫고 그만 두었다.

 

워크숍이 싫은 이유 중 또 한가지는 회사 사람들 중 아는 사람이 없어서이다.

대리 이하 모든 직원이 가는 것인데

그렇다면 30세 이하만 가는 워크숍이라는 것이다.

나는 서른 여섯씩이나 먹고 아무도 모르는 주임을 달고 있어서 거기에 가야만 했다.

 

몇차례 안가면 안되겠느냐고 우는 소리를 해 보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출발한 워크숍 당일.

두어시간이 걸려 도착했는데 아무도 연락이 없었고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할지도 몰라 당황스러웠다.

나는 다른 지역이라 혼자 따로 차를 끌고 갔는데 그나마 얼굴만 아는 대리는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일단, 차에서 내려 건물 안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다행히도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는데 3주간 출근하면서 얼굴만 아는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삼삼오오 어울려 있는데 나는 혼자 서 있었다.

 

방 배정을 받고 팀원들이 모이기도 했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저녁 식사에도 역시 나는 혼자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가니 각자 알아서들 모여 앉아 떠들고 있는데 그 중 어느 누구도 여기 앉으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돌아 나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용기를 내어 그나마 알던 대리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여기 나도 좀 껴 줘요. 자리 비는 거죠?"

 

개발팀에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우리 팀에도 여자는 나 외에 한명이 더 있었는데 3주간 회사에서 있으면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었다. 그러니까 말 한마디 안해본 사람한테 말을 거느니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이 더 편했다.

자리에 앉아 먹는데 혹시나 나이많은 여자가 괜히 앞에 앉아 불편하진 않을까 괜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고맙게도 다행히 아무렇지 않게 말도 하고 편한 척을 해주었다.

 

그날 저녁.

배치 받은 방에 짐을 들고 들어가니 어색함이 가득한 룸에 4명이 쓰게 되었다.

금방 저녁을 먹고 들어왔는데 치킨이 배달되어 왔다. 

배도 부르고 어차피 고기를 먹을 수 없으니 씻고 자리에 일찌감치 누웠다.

 

"언니는 안드신데?"

"쉬신데요."

 

나름 먼길 운전하고 온데다가 이래저래 신경쓰고 긴장한 탓인지 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천근만근 무거웠고 머리도 아팠다. 편하게 먹으라고 들어와 누워 있었더니 오히려 더 신경쓰이게 한 것 같기도 했다. 문밖에서 조용히 말하지만 다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잠은 오지 않았다.

 

다음 날 조식을 먹기 위해 서둘러 씻고 나왔다. 방에 다른 애들은 젊어서 그런지 아침을 원래 안먹는다기에 혼자 나왔는데 또 혼자 식당에 들어가려니 뻘쭘한 건 여전했다.

그래도 혼자 먹지는 않고 관리로 온 팀장님 테이블에 같이 앉아 먹고 나왔다.

그 상황에서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나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비참할 것 같아서 악착같이 끼니를 챙겼다.

 

강의를 듣고 팀별로 발표도 하고 여러 활동을 했다. 

듣다보니 10년 전에 회사에서 비슷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여기 있는 동료(?)들은 이런 교육이 처음이겠지만 나이만 많은 나에겐 이미 10년 전 받은 교육이라니 또 다시 현타가 왔다.

 

1박 2일동안 여전히 나는 혼자였고 도무지 섞이질 못했다.

점심도 여전히 혼자 먹었고 오후 5시쯤 끝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누구와도 인사할 사람이 없어 그냥 왔다.

 

'도대체 나는 여기 왜 왔던 걸까'

차를 끌고 나오며 기분이 상당히 별로였다.

조금 울컥 하기도 했다.

 

이렇게 계속 버티는 것이 맞는걸까?

 

 

2020.06.03.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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