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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생각/2019

추억 - 사라진 우리집

Yalli.C 2020. 2. 12. 17:20

 

오늘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그 집이 생각났다.

내가 4살부터 10살까지 살던 곳이다. 나의 가장 어렸을 때를 기억하는 곳, 고향 같은 곳이다.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되질 않았다. 먼 곳에 살때는 멀어서 못갔고, 지금은 3,4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인데 안갔다. 예전에 엄마한테 그 집 얘기를 했을 때 그쪽으로 큰 도로가 생기면서 없어졌을 거라고 듣긴 했었다. 그리고는 다시 잊었었다.

생각 난김에 그 시절 나 혼자 매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거리를 집에서 컴퓨터 화면 로드뷰로 따라가 보았다.

 

 

동네 입구에 있던 교회가 여전히 있었다. 계속 들어가면 긴 담벼락이 있는 첫 집이 나타난다. 그 곳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칠 때마다 큰 개들이 짖었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는 무서웠던 만큼 좀 더 빨리 패달을 밟아 달렸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면서 그 집 대문과 담벼락 역시 그대로 있는 것이 신기했다.

좀 더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갈림 길이 나오는데 이 길로 올라가면 조금 험한 산에 우리 밭이 있었다. 엄마 따라서 그 어린 나이에 땀 흘리며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때는 착한 어린이었다. 엄마를 많이 도와드렸었다. 

밭으로 가는 샛길을 무시하고 조금 더 올라오면 넓은 인삼밭이 길가에 있다. 오르막의 마지막에는 언덕 왼쪽으로 좁은 길이 있고 그 길 끝에는 큰 2층 집이 있었다. 분명 어릴적 기억으로는 큰집이었는데 지금 로드뷰로 보니 너무 아담하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다 숨이 차서 쉬고 싶을 때쯤 도달했던 언덕까지의 길도 내 기억보다 짧았다

맞은편에는 대문에 장미꽃 덩굴이 있고 담벼락이 길었던 집이 있었는데 역시 그대로 있었다. 장미꽃까지도.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있는 장미꽃 덩굴 대문은 정말 신기하다.

 

원래는 그 언덕을 올라서면 우리집이 보였었다. 바로 밭이 보이고 그 끝에는 우리집이 있어야 했다. 멀리 집들이 보이기는 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일단 계속 길을 따라 가보았다.

코너를 돌기 전에 마을 회관 같은 곳이 있었는데 역시 생각보다 작았다. 지금은 경로당이라도 크게 쓰여 있었다. 오른쪽으로 갈라지면서 또 집들이 있었다. 코너에 파란 지붕 집이 여전히 파란색 지붕의 모습으로 있었. 그 곳을 지나면 바로 우리집 대문 앞 공터가 보인다. 그 옆에 아랫집 대문까지는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우리집이 없었다.

원래 우리집 왼쪽은 밭이 있고 아까 오르막집이 보여야 한다. 위쪽에는 밭이 있었고 그 위에는 바로 산이 보인다. 아랫집도, 밭들도 그대로 있는데 정확히 우리집만 없었다.

나의 고향같은 동네는 조금은 작아졌어도 그대로 있었다. 도로가 생기고 버스 정류장도 생겼지만 동네 바깥쪽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집들은 모두 그대로였고 심지어 장미꽃도 그대로 있는데 우리집만 없다는게 슬펐다.

 

그 집이 있었다면 오늘 가보고 싶었는데 갈 필요는 없어졌다.

싱숭생숭하고 기분이 묘하다.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늘 그대로 일 것만 같아서 관심을 주지 않고 소홀히 했는데 그리움에 찾아가보려고 하면 이미 사라져 없어진 마음.

그게 기다려주지 않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뭔가 씁쓸하고 기분이 이상하다.

 

 

2019.08.28.수.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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