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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내?"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기본적인 멘트이다.

전에는 그 소리가 그렇게도 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사람 만나기가 싫었고

그런 안부는 반갑지가 않았다.

 

내가 쉬기로 마음먹었을때 이미 정해진게 있었다.

나는 매달 생계를 유지하게 해준 월급보다 쉬는게 더 필요했다.

충분히 쉬고 충전해서 지금 받던 월급보다 더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럴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쉬면서 현실적으로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었고 바로 눈앞도 보이지가 않았다.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대로 1년이 넘는 백수는 부끄러워 해야했다.

그것들이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평범한 안부인사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분명 같은 상황인데 내가 앞으로의 목표와 꿈을 정했더니 이렇게 오랫동안 쉴수있는 능력좋은 백수라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누가 또 안부를 묻는다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그냥 쉬고 있어. 1년 반이 넘었어. 부럽지?'

 

내 깊은 뜻을 그들이 이해할리없다. 굳이 설명해주고싶지도 않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있다.

 

"쉬면서 뭐하는데?"

 

이게 두번째 레퍼토리 질문이다.

'아니, 쉰다니까 뭐하냐고 물으면 난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쉰다면서 여행을 가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고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래서 처음엔 우물쭈물하며 뭔가를 하지않는 내가 못난 사람인가 생각도 했었다.

 

쉰다는건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다는 것인데 

내가 처음부터 하려던 것도 이것이었는데 세뇌된듯 당연하게 뭔가를 하며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맹목적으로 쉬기만 한건 아니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고 밑바닥에서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없던 나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를 썼다.

내게 필요한것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고민도 많이 했고

평소 읽지 않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도 여러권 읽었다.

내게 필요한부분이 무엇인지도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은 것이다.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혼자 집에만 있는 나를 주변 가족들과 친구들이 걱정했지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그 어떤 누구도 관여할 수 없었다.

어차피 나혼자 할 일이었다.

 

그렇게 치열한 투쟁끝에 나 혼자 해냈다. 

그 외로운 싸움을 이겨냈다.

 

 

 

2019.09.2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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