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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력이다 - 박경숙
매번 인터넷 서점에서 새 책을 구입하다가 새로 생긴 중고 서점을 갔다. 그동안 보고 싶은 책 리스트를 들고 갔지만 서점에 가서 검색을 하다 그만두었다. 막상 가서 보니 내가 가진 목록의 책들이 별로 당기지가 않았다. 일일이 검색을 해서 위치를 찾는 것도 번거로웠다. 내 마음대로 발걸음을 옮겨가며 하나씩 차근히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제목의 책들을 집어 들었다. 목차와 프롤로그를 보고 좀 더 흥미가 생기면 내용을 한 번 훑었다. 그 중에 이 책은 제목부터 와 닿았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망설였다. 책을 고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의 심리 상태에 따라 책을 고르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직접적이었다. 언니와 같이 갔는데 내가 고른 책의 제목만으로 나를 들킬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놓을 수가 없었다. 내용을 잠깐 살펴보았는데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 줄 것 같았다.
학습된 무기력 Leamed Helplessness
책을 읽으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던 내 상태를 정확히 짚어 주었다.
누군가 아는 사람이 ‘넌 지금 무기력해보여’라고 했다면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내 문제점 중 하나인데 내가 납득하지 못한 일을 남들에게 지적받는 것이 힘들다. 혹은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을 인정해야 할 때 너무 화가난다. 마음을 크게 갖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사람이 되어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나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쉬면서도 절대 나태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었다. 혹시 무기력해지더라도 결국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에 느끼는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이번에는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게 무기력이라는 벌레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엑스레이를 찍어 그 벌레를 나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의사 선생님이 핀셋으로 잡아주면 좋겠지만 이 벌레는 내가 직접 잡아야만 한다.
마음의 병,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어릴 적 그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옆의 누군가를 돌아볼 여유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옆 사람은 커녕 내 자신 하나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특히나 30대 후반을 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걸린 사춘기의 고통스러움은 너무 컸다. 그와중에 슬며시 다가오는 무기력함이 정말 지독한 것 같다.
하지만, 비록 길고 고된 시간이 될지라도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이겨내 보려한다.
2020.01.3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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