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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틀 배운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었다.

오늘 레슨을 받기 전까진 말이다.

 

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몸도 처지고 환절기 탓인지 하루종일 졸렸다.

비교적 일찍 잠이 들었다가 요 며칠 새벽마다 화장실이 가고싶어 깬다.

어떤날은 2시, 4시... 오늘은 5시에 깼다.

운동 하는 날은 6시 20분에 알람 맞춰뒀는데 그때까지 어떻게든 다시 잤다.

 

테니스장에 갔더니 누군가가 레슨중이었다.

지난주엔 7시 타임인 내가 제일 먼저였는데 괜히 반갑기도 했다.

내가 아직 배우지 않은 동작을 하는 걸 보니 더 많이 배우신분인 것 같아보인다.

 

아직 10분 전이여서 기다리며 몸을 풀고 스트레칭을 했다.

지난주에 운동 후에도 집에서 스쿼시 라켓으로 연습한 덕에 팔과 어깨가 알이 베고 아프더니 이틀정도 쉬어 주니 괜찮아져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코치님이 코트안으로 나를 불렀다.

기본동작을 여러번 시키면서 자세를 한 번 더 잡아주고는 이제 달려오면서 치는 것을 해보겠다고 했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내가 테니스를 배우면서 이렇게 굴욕을 맛볼줄이야...

하긴, 그것도 옛날 일이지.

작년에 10살 조카한테 진심으로 달리기 했는데 져서 이미 굴욕을 맛봤었다.

 

 

좁은 보폭으로 달려와 공이 튀어 오르는 부분에 간격을 잘 조절하고 서서 그동안 배웠던 포핸드 스윙을 하라고 했는데 

여러번 설명해주고 반복해 동작을 하는데도 몸 따로 마음 따로였다.

심지어 나보고 골프 치는 폼을 한다니. 한 번도 쳐보지 않은 골프를!

그래도 몇 번 더 치고 대충 감을 익히기는 했지만 이제 문제는 체력이었다.

고작 20분을 버티지 못하다니.

처음 등록할때 내가 걱정했던 체력을 눈 앞에서 막상 보니 코치님도 꽤 난감한 듯 보였다.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목구멍까지 숨이 차올랐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지고 몸에 기운이 빠지니까 라켓을 더 힘껏 잡게 되다보니 

안그래도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 많이 당했는데 역시 혼났다.

7시18분이었다.

2분을 남겨두고 나는 '잠시만'을 외쳤다.

 

체력이 이렇게 약해서 앞으로 어떻게 하냐신다. 

앞으로 더 뛰면서 해야 하는데 이런 체력으로는 도무지 진행되지 못할테니 코치님도 난감하겠지..

 

나도 그러고싶지 않았지만 코치님이 하는 말들이 한쪽 귀로 그대로 나가는 기분이다.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후들거리는 몸으로 내가 쳐낸 공들을 주워담았다. 

몇개나 쳤는지 궁굼해서 수량을 세면서 담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얼마 남기지 않고는 대략적으로 수를 세었다.

오늘은 130 ~ 140개정도인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번더 코치님의 걱정의 말씀을 듣고 인사를 한 후 나왔다.

긴장이 풀렸는지 더 기운이 없게 느껴졌다.

차로 10분 거리여서 다행이지 먼 곳이였음 큰일 날 뻔했다.

그 잠깐 사이에 땀이 나서 온 몸이 축축했다. 마스크 아랫쪽으론 땀이 차서 정말 찝찝했다.

신기한건 몸은 그렇게 힘든데 땀을 빼서인지 기분은 상쾌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걱정했던 내 모습보다 훨씬 심각성을 느꼈는데 남들도 힘들다는 테니스를 하겠다고 한 것이 너무 욕심이 지나친 것일까? 내 주제에,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체력을 알고 있었고 테니스가 힘든 운동이란 걸 알고도 시작한 이유가 있는데 이렇게 포기해야 하는 건가?

결론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레슨이없는 매일 아침 그 시간에 일어나 유산소 운동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오히려 더 욕심이 났다.

 

그런 의미에서 집에 들어오는 길에 14층 계단을 올라오고 싶었는데 역시 오늘은 무리였다.

땀이 난김에 자전거라도 타고 싶었는데 1분 타다가 내려왔다.

너무 기운이 없었다.

일단 밥을 먹는게 좋을 것 같아 또 허겁지겁 밥 한공기를 해치웠다.

이제 배가부르니 눈꺼풀이 무겁고 몸이 나른해진다.

소파에 대충 구겨져 잠깐 잤다. 땀은 이미 다 식었다.

곧바로 씻지 않은 이유는 조금이라도 운동을 더 하고 싶어서였다.

밥을 먹고 자전거를 더 탈 생각이었지만 몰려오는 잠을 이길 수가 없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고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잠깐 잤다가 일어났더니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조금은 살만해진 것 같아서 자전거 20분을 더 탔다.

약간의 땀이 났고 개운하게 씻고 나오니 정말 살 것 같다.

 

앞으로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들겠지만 그래도 해보자고 마음을 다시 먹었다.

내가 초등학생때 이후로 체력에 자신이 없어지면서 한번도 뛰어넘을 엄두를 못냈었다.

초등학생때만해도 육상부에, 체육시간 만큼은 인기쟁이였는데 중학생때부터 몸이 달라졌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너무 가쁘게 쉬게되고 심장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어지럽고 기운이 빠지면서 조금씩 운동을 줄이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다. 

몸을 사리게되면서 힘을 쓰거나 심장이 빨리 뛰게 되는 일을 피하게 되었다.

한번씩 내 체력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여기저기 아프고 몸이 더 예전같지 않음을 느끼게 되면서 심각성이 더 드는 요즘이었다.

한 번도 내 체력을 뛰어넘어 볼 시도조차 못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며 지금이라도 한 번은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은 것이 바로 테니스를 배우는 거였다.

강도 약한 것부터 체력을 올려서 하는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다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한 것이니까.

이번에는 나에겐 정말 큰 도전이고 꼭 성공하고 싶은 나만의 퀘스트이다.

 

파이팅해보자!!!

 

 

 

 

2021/09/07/화 -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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