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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이면 울적해하던 때가 있었다.
흐린날은 그냥 싫었다.
질퍽거리는 땅이 내 운동화를 더럽히는 것도
우산을 써도 결국 어딘가 축축해 완벽하게 뽀송할 수 없다는 것도
상당히 기분나빴다.
안그래도 기분좋은일 별로 없는데 날씨까지 흐리냐며 투덜댔다.
오늘은 비가온다.
가끔 오던 비가 반갑고 좋았었는데 요즘은 장마도 아닌데 꽤 자주온다.
그럼에도 비가 내리니 마음이 쿵닥쿵닥 설렌다.
오전 10시인데 창밖의 세상은 깜깜했다.
비가 심각하게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들리는 빗소리를 가만히 쳐다보니 심장이 더 요동친다.
이왕이면 조금 더 시원하게 쏟아지길 바랐다.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이 싫었다.
밤에 느끼는 어두움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고요한 세상에 후둑후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감미로워
어떤 음악도 듣고 싶지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21.05.2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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